『넥서스』 2장 “이야기: 무한한 연결”은 『사피엔스』에서 소개된 인간의 ‘허구를 믿는 능력’을 바탕으로, 그 이야기들이 어떻게 정보 네트워크로 구조화되고, 권력과 사회 운영의 실체로 작동하는지를 한층 더 깊이 탐구한다.
단순한 반복이 아닌, 하라리식 ‘업데이트’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넥서스』 2장을 『사피엔스』와 연결하면서도 그 차별점을 부각하는 메타적 독서 가이드이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스마트폰은 손안의 도서관이며, SNS는 끝없는 이야기의 전시장이다. 하지만 이 무수한 정보들을 하나로 엮어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바로 이야기, 그리고 신화적 구조이다.
『넥서스』 2장에서 하라리는 익숙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협력하는가?" 하지만 그 답은 이전보다 더 복잡하다. 단지 상상력의 산물로서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통하는 정보 네트워크 자체를 들여다보는 시선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 이야기 + 관료제 = 문명
『사피엔스』에서 우리는 이야기의 마법을 배웠다. 『넥서스』는 그 마법을 가능하게 만든 무대를 보여준다. 바로 이야기꾼과 관료의 공생 구조이다.
- 이야기꾼들은 의미와 감동을 전달한다. 신화, 종교, 민족 서사…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정신적 접착제이다.
- 관료들은 그 이야기들을 코드화한다. 행정 문서, 법률 시스템, 데이터베이스… 즉 시스템이다.
이 두 집단은 인간 협력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해당한다. 이 둘이 결합하지 않으면, 제국도, 교회도, 기업도 유지될 수 없다.
🧭 정보 네트워크로서의 신화
『넥서스』는 이야기의 실체를 묻는다. 신화는 더 이상 종교적 감흥의 대상이 아니라, 정보를 연결하는 프로토콜이다. 교황청은 신화를 전하고 유지한 거대한 서버였고, 국가나 정당, 심지어 브랜드도 마찬가지이다.
하라리는 단언한다. 허구는 진실보다 강하다. 왜냐하면, 진실은 종종 사람을 나뉘게 하지만, 허구는 사람을 모이게 하기 때문이다.
🧠 순진한 정보관, 그 위험성
『넥서스』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진실에 가까워진다는 믿음을 **“순진한 정보관”**이라 명명한다. 알고리즘, 데이터, AI… 이 모든 것은 정보를 확장하지만, 반드시 지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방출하는 데이터는 어쩌면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 정보는 무기화될 수 있으며, 알고리즘은 신화처럼 의미를 조작할 수 있다.
🔍 『넥서스』는 무엇을 새롭게 말하는가?
『사피엔스』가 이야기의 ‘기원’을 다뤘다면, 『넥서스』는 이야기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설명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스스로 네트워크가 되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 이야기는 단순히 존재하지 않는다. 조직되고 유통되어야 한다.
- 정보는 진실과 허구, 권력과 윤리를 한 줄로 엮어버릴 수 있다.
- 그리고 우리는 그 회로의 일부이다.
✨ 우리 시대의 신화, 그것은 무엇인가?
하라리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더 날카로워졌다.
👉 “나는 어떤 이야기를 믿고 있는가?”
👉 “그 이야기는 누구에게 권력을 주는가?”
👉 “그 신화는 정보인가, 조작인가?”
『넥서스』 2장은 『사피엔스』가 깔아놓은 지적 기반 위에 서서, 지금 여기, AI 시대의 인간 조건을 묻는다. 우리는 이야기 속에 살고 있으며, 그 이야기를 관리하는 알고리즘 속에 갇혀 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 위에서 사는 인간, 그 이야기를 다시 써야 할 때이다.
📝 메타 노트: 『넥서스』 2장과 마셜 매클루언의 평행선
『넥서스』 2장에서 하라리가 전개하는 정보 네트워크의 개념은 마셜 매클루언의 미디어 이론과 흡사하다. 매클루언은 "미디어는 메시지다(The medium is the message)"라는 명제로, 콘텐츠보다 미디어의 구조 자체가 인간의 사고방식과 사회 구조를 형성한다고 주장했다.
하라리는 이 관점을 확장하여, 미디어가 단지 감각의 연장이 아닌 정보의 연결망, 즉 신화와 서사를 조직하는 메커니즘이라고 본다. 신화는 정보 네트워크를 결속시키는 구조이며, 이것은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라 현실을 구성하는 조건이라는 점에서 매클루언과 궤를 같이한다.
차이가 있다면, 매클루언은 미디어를 감각적 지각의 확장으로 본 반면, 하라리는 그것을 대규모 협력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기술로 본다는 점이다. 결국 『넥서스』는 매클루언 이후의 정보 시대에 대한 철학적 ‘후속 대화’로 읽을 수 있다.
즉, 매클루언은 기술이 지각을 바꾼다고 말하고, 하라리는 정보 네트워크가 현실을 조직한다고 말한다.
하라리는 매클루언의 명제를 확장한다. 단지 미디어의 형태가 메시지를 바꾸는 게 아니라, 그 구조 자체가 현실을 해석하고 구성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메시지는 정보이고, 정보는 허구와 결합해 신화가 되며, 신화는 시스템을 낳는다. 마치 하나의 연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