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數)의 마술 : 군중 심리와 현대 사회의 비밀

매클루언의 이론을 바탕으로 숫자가 군중 심리와 현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보들레르의 시각을 포함하여 숫자의 촉각적, 청각적 특성을 통해 숫자의 진정한 의미를 제시한다.
 

숫자의 숨겨진 의미: 촉각적 확장과 감각의 통합

숫자는 흔히 단순한 수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매클루언은 숫자가 신체의 가장 친숙하고 다른 감각을 연결시키는 촉각의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촉각적 특성은 숫자를 통해 사람들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강력한 미디어로 작동한다. 숫자는 각기 분리된 단위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촉수 또는 신경체계처럼 작용하며, 개인 속에서 도취를 일으키는 마력을 지닌다. 보들레르는 이를 "數는 개인 속에 있다. 도취는 하나의 數다"라고 표현하며, 숫자의 감각적 매력을 강조했다.
 

군중 속의 즐거움 : 숫자와 감정적 결속

숫자의 크기가 증가할수록 사람들은 군중 속에서 특별한 만족감을 느낀다. 엘리아 스카네티는 그의 저서 『군중과 권력』에서 모든 군중이나 무리 속에 내재된 무한 성장의 충동이 경제적, 인구적 인플레이션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콘서트장, 스포츠 경기장, 종교 행사장에서 경험하는 집단적 흥분과 결속력은 숫자의 증가가 가져오는 심리적 쾌감에서 비롯된다. 보들레르는 "군중 속에 함께 있다는 즐거움이 數의 많음에서 느끼는 기쁨의 신비적인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숫자의 심리학: 감각을 자극하는 숫자의 마술

숫자는 단순한 기호를 넘어 사람들의 감정과 본능적인 잠재의식을 자극하는 강력한 도구이다. 통계를 통해 집계된 숫자들은 대중의 취향과 감정에 관한 직관적인 인식을 형성하며, 사람들은 이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특정 선택이나 행동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사용할 때 더 큰 만족감과 자신감을 느끼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브랜드의 높은 판매량이나 인지도를 나타내는 숫자가 주는 심리적 안정과 매력 때문이다.
특히 현대의 산업 사회는 가격, 도표, 판매량과 같은 숫자에 크게 의존한다. 제품의 가치를 숫자로 표시하는 방식은 구매자의 선택과 만족도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며, 이 과정에서 숫자는 촉각적이고 감각적인 매력을 발휘한다. 심지어 신체적 매력을 나타내는 표준적인 숫자 '36-24-36'과 같은 숫자조차도 우리의 촉각적이고 감각적인 인식을 강력하게 자극한다. 이와 같은 숫자들이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와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숫자가 심리적, 감각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대 소비문화의 모습

 

숫자와 문자 문화 : 감각의 변화와 사회적 영향

고대 표음 문자와 숫자는 사람들을 파편화하고 탈부족화하는 초기 미디어였다. 매클루언은 인쇄술이 등장하면서 문자와 숫자가 더욱 명확한 형태로 체계화되고, 시각적 능력이 확대되어 무한과 소실점 같은 개념을 가능케 했다고 설명한다. 르네상스 시대 미적분의 발전은 바로 이러한 문자와 숫자의 결합으로 인한 결과다.
현대의 비문자 문화, 특히 디지털 컴퓨터 시대는 숫자 대신 "예"와 "아니요"라는 단순한 기호로 데이터를 처리함으로써 숫자를 다시 시각과 청각 경험의 통합으로 회귀시키고 있다.
 

데이비드 흄과 현대 사회의 인과성 위기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모든 기계적 과정에서 인과성의 원리가 부재하며 단지 연속적이고 파편화된 사건들이 나열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끝없이 제공되는 정보는 명확한 맥락이나 인과성을 잃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며, 숫자는 이 과정에서 강력한 심리적 영향을 행사한다.
 

바우하우스 운동: 촉각과 감각 통합의 중요성

바우하우스 운동은 촉각적 경험을 인간의 모든 감각을 통합하는 중심적 역할로 강조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숫자는 촉각적 통합성을 통해 개인과 군중의 감정과 행동을 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숫자는 촉각적 감각을 확장하며 사람들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힘을 발휘한다.

바우하우스 운동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이미지 - 촉각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을 강조, 기하학적 형태와 원색을 사용해 다양한 인간 감각의 통합과 일치를 표현

 

인쇄술, 숫자 그리고 시각적 감각의 확대

인쇄술의 발명은 숫자의 사용을 체계화하고 확대했으며, '무한'과 '소실점'이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가능하게 했다. '무한'이란 끝없이 계속되거나 한계가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인쇄술 덕분에 사람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반복과 복제라는 개념을 통해 무한을 쉽게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인쇄물의 반복적이고 정확한 복제는 사람들의 시각을 통해 무한한 반복 가능성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소실점(Vanishing Point)'이란 원근법에 따라 모든 평행선이 수평선상에서 만나는 가상의 점을 뜻한다. 인쇄술은 정확한 도표와 그림을 통해 소실점이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시각화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공간과 거리를 더욱 정확히 인식하게 되었고, 이는 이후의 예술과 건축, 수학적 사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무한'과 '소실점' 표현

 

디지털 시대의 숫자와 감각 마비 현상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의 빠른 발전으로 정보는 즉각적이고 압축적으로 제공되며, 이는 감각 과부하로 이어져 개인의 판단력을 약화시킨다. 매클루언은 전기 기술의 압축적 성격이 시각을 약화시키고 공감각적 경험을 촉진하며 현대인을 다시 부족적이고 집단적인 상태로 돌아가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SNS의 좋아요 수나 팔로워 수는 숫자를 통해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과 인정 욕구를 자극하며, 개인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좋아요, 팔로워, 조회수와 같은 숫자들

 

현대 사회의 도전과 과제 : 숫자와의 현명한 공존

현대인은 숫자가 가진 촉각적, 청각적 힘을 인지하고 그 영향력을 비판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SNS의 숫자에 맹목적으로 집착하지 않고, 숫자 뒤의 진정한 의미와 맥락을 탐색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숫자의 마술적인 힘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려면 숫자를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이면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