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인비

지속 가능한 문명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JJKims 2025. 3. 27. 13:35

― 토인비의 ‘성장의 기준’과 현대 문명 비판

  『역사의 연구』에서 문명의 ‘성장’ 기준을 분석하며, 자기결정성 개념과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문제를 진단한다.


📌 들어가며 : 문명은 ‘성장’할 수 있는가?

토인비는 문명의 발생에 이어, 문명의 성장은 단순한 자연사적 진화가 아니라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구조적·능동적 과정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성장'은 통상적인 외적 확장이나 기술적 진보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문명 내부로 도전의 초점이 이동하며, 점점 더 깊은 자기 반성과 자기 초월을 요구하는 상태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 성장의 기준은 무엇인가? – 프로메테우스 신화에서 찾은 통찰

토인비는 『아이스킬로스』의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통해, 문명 성장의 메타포를 제시한다. 프로메테우스는 단지 신적 권위에 반하는 반역자가 아니라, 정체된 질서를 돌파하고 창조적 변화를 추동하는 문명의 상징이다. 이에 반해 제우스는 변화에 저항하며 기존 질서를 고착화하려는 권위주의의 화신으로 등장한다.

문명의 창조적 진보를 상징하는 프로메테우스가 불꽃을 들고 족쇄를 끊는 순간, 반대편에서는 권위를 상징하는 제우스가 어둠 속에서 번개로 둘러싸인 채 통제와 억압의 질서를 상징

이러한 신화적 대립은 토인비 문명론에서 다음과 같은 구조로 전환된다:

성숙한 문명은 외부의 실존적 도전을 극복한 후, 자기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문제를 설정하고 이에 응전하는 ‘내적 도전’의 단계로 이행한다.

이는 곧 문명이 ‘자기 자신을 도전의 주체이자 객체로 설정할 수 있는가’의 여부로 성장의 진위를 가늠하게 되는 구조로 귀결된다.


🧠 외적 대응에서 내적 자기결정성으로의 전이

토인비가 말하는 문명의 진정한 성장은 ‘자기결정성(self-determination)’의 획득과 궤를 같이 한다. 초기 문명 단계에서는 자연재해, 외침, 자원 부족과 같은 외재적 위기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문명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진화하면, 문명의 존속 여부는 ‘내부적 질문’을 던지고 이에 응전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예컨대 헬레니즘 문명의 경우, 초기에는 외적 확장을 통한 정복과 통합이 중심이었으나, 이후에는 인간 존재의 목적, 도덕의 기초, 공동체의 의미와 같은 내면적 질문들이 문명의 지속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였다.
이러한 내적 전이의 구조는 다음과 같은 대비로 요약될 수 있다:

  • 외부 대응 중심 → 내부 성찰 중심
  • 기술 정복 → 윤리적 선택
  • 생존 문제 → 의미의 문제

🔄 성장의 반복: 엘랑 비탈과 창조적 개인

엘랑 비탈(élan vital) 개념을 시각화

토인비는 앙리 베르그송의 엘랑 비탈(élan vital) 개념을 수용하여 문명의 성장을 ‘자기 초월적 생명력의 반복적 충동’으로 본다. 이때 문명의 성장 동인은 전체 집단이 아니라, 그 내부의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에게 귀속된다.
이들은 도전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전을 자발적으로 창출하고 이를 자기 실현의 계기로 삼는 존재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역사의 흐름을 전환시키는 주체로 기능한다.
→ 현대적으로는 기술 혁신 자체보다 기술의 방향성과 윤리성을 성찰하는 이들, 예컨대 앨런 튜링이나 인공지능 윤리 연구자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 반례 : 성장처럼 보이지만 성장하지 않은 경우

토인비는 겉보기에 성장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내부 도전의 부재 혹은 회피로 인해 문명으로서의 성장을 이루지 못한 사례들도 제시한다.

  • 중국 전국시대 : 외적으로는 치열한 정복과 확장이 이루어졌으나, 내부적으로는 도덕적 혼란과 정치적 무질서가 팽배하여 문명의 자발적 성장은 일어나지 않음.
  • 현대 서구 문명 : 과학기술과 물질력 면에서는 정점에 도달했지만, 양극화, 정신적 고립, 기후위기, 윤리적 무관심 등 내면적 도전에 대한 응전은 미진하다.

이처럼 토인비는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문명’과 ‘실질적으로 성장하는 문명’을 엄밀히 구분한다.


🧩 결론: 진짜 성장은 ‘자기 자신을 도전으로 만드는 것’

토인비가 제시하는 문명 성장의 최종 기준은 다음과 같다:

“진정한 성장은 외부의 장애물을 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 응답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응전의 구조는 오늘날 AI, 기후위기, 신자유주의 이후의 인간관 등에 있어 더욱 중요성을 갖는다. 지금은 단순한 기술 경쟁의 시대가 아니라, ‘우리는 왜 이 기술을 만들며,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내적 질문에 응답해야 하는 문명 전환의 시기다.


🧠 토론 과제

  1. 현대 사회에서 ‘내적 도전’의 사례는 무엇이며, 우리는 그에 어떻게 응전하고 있는가?
  2. 창조적 소수는 선출될 수 있는가, 아니면 역사 속에서 우연히 나타나는가?